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요일 러시아 안보회의에서 핵 억제력에 관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에 요청한 데 대한 대응을 모스크바가 검토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 회의가 푸틴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라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영향력 있는 강경파들도 포함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연설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내용은 기밀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년 반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가장 심각한 대립을 초래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 시기 두 초강대국이 의도적인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사건으로 여겨진다.

푸틴은 러시아의 방대한 핵무기 결정권자로, 미국과 그 유럽 동맹국들이 서방에서 제공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려하고 있다.

푸틴은 9월 12일, 서방이 그러한 허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면 이는 서방이 러시아와 직접 싸우는 것과 다름없으며, 러시아는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몇 달 동안 서방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장거리 ATACMS 미사일과 영국의 스톰 섀도우 미사일을 포함한 서방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의 공격 능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 보유국이며, 러시아와 미국은 전 세계 핵탄두의 88%를 보유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요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대화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모스크바가 평화를 강요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런 입장은 치명적이고 체계적인 실수"라며 "이는 키이우 정권에 반드시 결과를 초래할 잘못된 인식이다. 러시아에 평화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8월에 들어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2년 만에 가장 빠른 진격을 이루었으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은 푸틴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나토(NATO)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생할 경우 병력 후송을 위해 대규모 부상 병력을 병원 열차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공중 후송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계획이라고 한 고위 장교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동부에서 주요 도시를 잃어가면서 전쟁은 러시아 관리들이 말하는 가장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푸틴은 서방을 타락한 침략자로 묘사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로 전 세계 전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교리를 개정하고 있는 중이다. 소련 이후의 세계 질서가 붕괴되면서 냉전 시기 군비 경쟁을 완화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무기 통제 조약들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크렘린은 2026년에 만료되는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대체 협의에 대해 논의하면서, 유럽의 핵 잠재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의 대체 방안에 대해 "아직 미국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협정은 필요하며 협상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